강릉에 갈 때마다 고민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디를 많이 볼까?”
처음에는 유명한 관광지를 최대한 많이 넣는 것이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포대에 갔다가 주문진으로 이동하고, 다시 안목해변에 들렀다가 중앙시장까지 가는 식으로 일정을 짜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움직이면 하루가 끝났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길고, 주차할 곳을 찾느라 시간을 쓰고, 관광지에 도착하면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로 여러 곳을 이동하는 대신 한 지역에 차를 세워놓고 최대한 걸어보기.
이번에 선택한 곳은 강릉 경포 일대였습니다.
경포호수와 경포해변을 중심으로 걷고, 이후 차량을 이용해 안목해변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하루 일정을 구성했습니다.
오전 9시, 경포호수에서 여행을 시작하다
여행은 오전 9시 정도에 경포호수 주변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했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걷지 않기 위해 아침에는 약 1시간 정도만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주차를 마친 뒤 바로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는 대신 호수 주변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10~15분 정도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호수 주변을 걷는 게 뭐가 그렇게 특별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속도를 늦추고 걷다 보니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와는 풍경이 조금씩 다르게 보였습니다.
물 위의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잠시 멈춰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다음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오전 산책 시간
- 09:00~09:15 : 주차 및 여행 준비
- 09:15~10:15 : 경포호수 주변 산책
- 10:15~10:30 : 휴식 및 간단한 음료
약 1시간 정도 걸은 뒤 잠시 쉬었습니다.
이때 느낀 것은 걷기 여행에서는 관광지 숫자보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미리 일정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경포해변으로 이동
호수 산책을 마친 뒤 경포해변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일부러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지도만 보면 가까운 거리처럼 느껴져도 실제 여행에서는 사진을 찍거나 주변을 구경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계획하지 않았던 작은 가게나 카페를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추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이 저는 오히려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여행에서는 목적지를 정해놓으면 중간에 다른 곳을 발견해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걸어서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펴보게 됩니다.
오전 11시, 경포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경포해변에 도착한 뒤에는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약 40분 정도 머무르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시간이 가장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40분이면 다른 곳 하나 더 볼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바다 앞에 앉아 있으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사진을 찍고, 바다를 바라보고, 잠시 앉아서 쉬다 보면 30~40분이 금방 지나갑니다.
특히 바닷가 여행에서는 관광지를 추가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일정에 넣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포해변 체류
10:50~11:30 / 약 40분
이 시간은 관광보다는 휴식에 가깝게 잡았습니다.
오전 11시 30분, 점심을 먹기 전 주변을 조금 더 걷기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지만 바로 식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해변 주변을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걷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습니다.
아침에는 여행 일정에 대한 기대 때문에 조금 빠르게 걸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풍경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것이 걷기 여행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목적지 사이의 공간도 여행지가 됩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경포호수와 경포해변이 각각의 관광지였다면, 걸어서 이동하면 그 사이의 길까지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됩니다.
오후 12시, 점심 식사
점심은 너무 멀리 이동하지 않고 경포 주변에서 해결하는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걷기 여행에서는 점심 식당을 고를 때도 기준이 조금 달라집니다.
맛집 검색 결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것보다 현재 위치에서 걸어서 이동하기 편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식사를 하기 위해 차를 다시 타고 20~30분씩 이동하기 시작하면 오전에 만들어놓은 여유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은 약 1시간 정도 확보했습니다.
점심
12:00~13:00
식사 후에는 바로 걷지 않고 10~15분 정도 쉬는 것이 좋습니다.
오전에 한 시간 이상 걸었다면 오후에는 생각보다 다리가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오후 1시, 카페에서 1시간 쉬기
걷기 여행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입니다.
카페에서 무조건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핵심은 오후 일정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완전히 쉬어주는 것입니다.
오전부터 계속 걸으면 오후에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특히 여행 첫날이라면 “조금만 더 걸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후 2~3시가 되면 발이 피곤해지고 여행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코스에서는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를 휴식시간으로 설정했습니다.
오후 2시, 안목해변으로 이동
이제 자동차를 이용해 안목해변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루 종일 무조건 걷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걷기 여행이라고 해서 모든 구간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체력과 거리, 시간에 따라 자동차와 도보를 적절하게 섞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경포에서 안목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안목해변에서는 다시 차를 세워놓고 걷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여행자의 체력 부담을 줄이면서도 걷는 여행의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오후 2시 30분, 안목해변 산책
안목해변에서는 커피거리만 빠르게 둘러보기보다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전부터 걸었기 때문에 오후에는 걷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췄습니다.
아침에는 “오늘 어디까지 갈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오후에는 그런 생각을 조금 내려놓았습니다.
바다를 보고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으면 잠시 멈추고, 사람이 많으면 다른 방향으로 걸어보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약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 산책
14:30~15:30 / 약 1시간
오전 산책과 다른 점은 목적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오전에는 경포호수에서 경포해변으로 이동한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오후에는 해변 주변을 자유롭게 걸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간이 오히려 여행다운 시간이라고 느껴집니다.
오후 3시 30분, 여행 중 가장 아쉬웠던 점
걷기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바로 처음부터 너무 많은 장소를 넣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것입니다.
처음 일정표를 만들 때는 경포호수, 경포해변, 안목해변 외에도 여러 장소를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하루 동안 걸어보면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큽니다.
특히 여행 중에는 사진을 찍고, 식사하고, 쉬는 시간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보는 ‘이동시간’만으로 일정을 계산하면 실제 여행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예를 들어 지도에서 도보 15분이라고 나와도 사진을 찍거나 주변을 구경하면 실제로는 25~30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비슷한 여행을 계획한다면 지도에 표시된 이동시간에 최소 10분 정도의 여유를 더할 것 같습니다.
오후 4시 30분, 여행을 마무리하기
오후 4시 30분 정도가 되면 하루 산책을 마무리합니다.
아직 저녁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체력이 충분하다면 식사를 하거나 다른 장소를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관광지를 많이 방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동안 한 지역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
그 목적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정이었습니다.
하루 동안 실제로 움직인다면 이렇게 계획해보세요
전체 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간 | 일정 | 예상 소요 |
|---|---|---|
| 09:00 | 경포호수 도착 및 준비 | 15분 |
| 09:15 | 경포호수 산책 | 60분 |
| 10:15 | 휴식 | 15분 |
| 10:30 | 경포해변 방향 이동 | 약 20~30분 |
| 11:00 | 경포해변 산책 및 휴식 | 40분 |
| 12:00 | 점심 식사 | 60분 |
| 13:00 | 카페 및 휴식 | 60분 |
| 14:00 | 안목해변으로 차량 이동 | 약 20~30분 |
| 14:30 | 안목해변 산책 | 60분 |
| 15:30 | 자유시간 | 60분 |
| 16:30 | 일정 종료 | - |
실제 이동시간은 출발 위치, 교통 상황, 주차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여행 당일 지도 앱으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코스를 추천하는 사람
이런 여행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1. 관광지를 많이 보는 여행이 피곤한 사람
하루에 7~8곳을 방문하는 일정이 부담스럽다면 적합합니다.
2. 사진을 천천히 찍고 싶은 사람
걷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3. 혼자 또는 둘이 여행하는 사람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할 때보다 일정 변경이 자유롭습니다.
4. 자동차 운전이 피곤한 사람
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주변을 걸으면 운전 횟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걷기 여행을 해보니 알게 된 5가지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여행을 계획한다면 다음 다섯 가지를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첫째, 하루에 핵심 장소를 2~3곳만 정합니다.
둘째, 지도에 표시된 도보시간보다 실제 시간을 넉넉하게 잡습니다.
셋째, 점심 이후에는 반드시 휴식시간을 확보합니다.
넷째, 모든 구간을 걸으려고 하지 말고 자동차와 도보를 적절하게 섞습니다.
다섯째, 계획하지 않은 시간을 일부러 남겨둡니다.
특히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여행 일정표에 빈 시간이 있으면 처음에는 불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여행에서는 그 빈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무리하며
강릉 여행을 생각하면 보통 유명한 카페나 맛집, 관광지를 먼저 검색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여행의 기준을 ‘무엇을 많이 볼 것인가’에서 ‘얼마나 천천히 여행할 것인가’로 바꾸면 전혀 다른 여행이 만들어집니다.
경포호수에서 시작해 경포해변을 걷고, 충분히 쉬었다가 안목해변으로 이동해 다시 바닷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채워집니다.
특별한 준비물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편한 신발 한 켤레와 물 한 병, 그리고 조금 느긋하게 여행할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다음 강릉 여행에서는 자동차에 앉아 목적지를 찾아가는 시간보다 직접 두 발로 여행지를 발견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여행이 끝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목적지와 목적지 사이를 천천히 걸었던 어느 순간일지도 모릅니다.